철조망에 걸린 편지
이춘식(원산출생 1916. 2. 29일생)
서울이 정말 좋아서 내가 온것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
삼수 갑산에서 감자 삼굿 해먹고
신흥 장진에서 머루 다래 따먹고 살았어도
부전고원 산수 좋은 내고향이 좋더라.
오늘도
한 서린 백마고지 능선따라
구름은 가고, 바람은 오건만
그리워도 못 가는 북녘 땅 내 고향
만세교 다리밟고 당윷에 국수 먹던 어린 시절도
석달 안에 돌아간다고 옷소매 움켜잡던 순이와
눈물로 이별한 흥남부두도
이제는 아련 ..........
속초, 부산, 서울 지나 나 지금 여기에 와 있다.
봄이면 북행하던 강남제비도
안가는 피어린 최전선
155마일 휴전선에 날개가 부딪혔다 청명한 날이면 보이는 금강산도
한발짝 넘어서면 삼방 약수포도
봄이면 진달래 붉게 타고, 고사리 대회 열리던 곳
석왕사 오백나한은 다 어디 갔는가
어랑타령 본고장 신고산 구고산 맑은 물에
붉게 익던 안변 사과 맛도 잊지 않았는데
고향 떠나온 지 벌써 30년...
옛 아라사 함대도 향수 달래던
갈마반도 구비 도는 명사십리 해당화도
지금은 붉은 주구들에게 짓밟혀
송수원 맑은 모래와 함께 피로 얼룩졌나
창란젓, 가재미 식혜 해놓고
“아바이 이것 잡숴 볼세예”
하던 사투리도 이젠 설기만 하다.
아! 그리워라 내 고향
꿈에라도 가고 싶은 내 고향
내 생전에 못간다면 아들, 손자라도 가게 해야지
통일, 통일을 위하여 피맺힌 망향의 절규
북청 물장수 아바이 덕에 익힌 글 있어
여기 단장의 글을 띄운다.
1982. 10 (휴전선 남방 철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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